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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엔 소래포구로 간다.

단골집 아줌니를 찾아 살이 실한 젓을 담글 새우를  산다.

황석어 한 궤를 사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간수를 뺀 소금으로 절여서  북향 응달에 보관한다.


남쪽 베란다에서는 소금물 위의 메주가 둥둥 떠있다.

 참숯과 말린 고추가 사이 좋은 이웃 같이 함께 있다. 

장이 익어가는 냄새가  달작지근하다.


초여름에 접어들면 조선오이 300개를 사서 오이지를 담근다.

나눠줄 집이 열 집이 된다.


여름이 깊어지면 마늘 다섯 접을 사서 깐다.

한 점은 아들네, 또 한 접은 딸네, 다른 한접은 자기 몫, 그리고 두 접은 김장용이다.


가을이 되면 삼송리 태양초 고추가루를 생산하는 댁을 찾는다.

이 집은 넓은 옥상에서 붉은 고추를 말린다. 미리 예약을 해 놓지 않으면 차례가 오지 않는다.

그리고 초겨울 20킬로 짜리 절임배추  8박스를 주문한다. 160킬로다.

나눠 보내는 집이 이 또한 열집이 넘는다.


이제 겨울이다.

이 여인은 겨울이 좋다.

열흘밖에 되지 않지만 유학간 손자가  귀국해서 머문다.

학교 강의에, 제 연구소 일에, 하루 네 시간의 수면도 하지 못하는

딸 아이의 바쁜 하루에 잠시 쉴틈이 생기고, 교직에 있는 며느리는 방학이다.


겨울이 되면 꿀에 저린 모과차를 마시며 클래식 음악을 듣고, 독서도 한다.

수를 놓는 것은 취미이고 장기이다. 불란서 자수.

지인들에게 선물도 하고, 무엇보다 손녀딸에게 주려고 차근차근 모은다.


이 여인의  봄, 여름, 가을은 옆에서 바라보는 내게 숨이 가쁘다.

비로소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면 봄, 여름, 가을 동안 배짱이처럼 놀기만 했던 나도

덩달아  한가해진다. 놀고만 있었어도 나는  바쁜 이 여인의 곁에서 심정적으로 같이 분주했던 것일까?


이 여인의 겨울은 내게  牧歌적 아름다움에  젖게 한다

산천에 눈이 쌓인 밤에 등잔불 아래서 바느질 하는 엄마. 짚으로 새끼를 꼬는 아버지.

칭얼거리다가 잠든 아이들.  이  아늑한 평화!


오늘이 어느새 12월4일



겨울이 되야 비로소 한유의 정취에 잠기는  이 여인과 달리

나의 날들은 만 이년동안 매일이 겨울이었다.

겨울의 추위. 그래서 움추러드는 위축이 아니라.

이  여인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평화의  겨울이다.


지난 2015년 12월 8일.

반폐인이 되어, 4개월 20일의 병상에서 노인이 돌아온 이래

나는 "밖'을 버렸다. 오로지 "안"에 머물었다. 공간적인 "안"이고 정신적인 "안"이다.

"안"에 시선이 모이다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남들이 답답하리라고 딱하게 여기는 나의 "안으로의 여행"은  광할한 대지이고, 자유이다.

그리고 섬세한 목가적 아름다움이다.


이 여인의 겨울에 나의 겨울을 합친다.

모과차를 마신다.

겨울, 차의 계절... 커피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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